프로젝트대전2012 : 에네르기 포스터와 서문

critic & column | 2012/09/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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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대전 2012 : 에네르기-Ener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지향하는
<프로젝트대전>은 우리시대가 직면한 인류사적인 보편의 문제와 더불어 과학도시 대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확장하는 격년제 국제미술행사이다. 우리는 대전의 과학 인프라와 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숲과 강, 그리고 원도심 등의 도시 전체를 잇는 전방위적인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과학과 기술, 자연과 도시, 나아가 인간 존재의 이해와 인간의 삶의 문제를 다룰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적 소통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합의도출을 위한 공공영역임을 직시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합의도출에 기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은 과학자들의 커뮤니티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의 예술적 소통을 통하여 문화적 정체성으로 확장한다
. <프로젝트대전>은 연구원과 대학, 기업 등과 미술관의 협업을 통하여 실질적인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실천할 것이다. 우리는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협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공공기관과 시민사회, 언론, 기업 등의 협업체제를 만들어 과학예술융복합의 시대정신을 구현할 것이다. <프로젝트대전>이 지향하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은 과학도시 대전을 문화도시 대전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문제이며, 동시에 과학적 진리와 예술적 가치가 상호보완하며 공존하는 생동감 넘치는 도시를 향한 가치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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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대전 2012>의 의제는 에너지이다. 에너지라는 키워드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전 영역을 관통하며 우리시대 최전선의 의제이다. 물리학과 화학, 천문학, 나아가 생명과학의 에너지 문제는 자연 이해의 지름길이다. 인간 개체와 군집을 넘나드는 사회과학의 에너지 문제는 인간과 사회에 관한 새로운 이해와 해석의 지평을 넓힌다. 기술과 연관한 에너지 의제는 하이브리드 기술이나 대안에너지 등의 문제를 떠올린다. 특히 후쿠시마의 대재앙 이후 자연의 재난 못지않게 인공적인 재난으로 떠오른 핵에너지의 문제는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와 인류 전체의 공동의 미래에 관해 성찰적인 의제를 제시한다.

에네르기는 우주만물과 같은 자연과학적 실체와 더불어 인간과 사회화 같은 인간과학 또는 사회과학적 실체 모두를 두루 관통하며 움직임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힘이다
. 동아시아에서 수천년부터 기()라는 개념어를 사용하면서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 이해의 기본 원리로 삼았다. 서구에서는 근대과학의 시대에 들어서 에너지라는 주제를 과학적 의제로 채택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어인 에네르기(Ener)’는 동서양의 에너지 의제를 합친 말이다. 로마자 표기 ‘energy’ 가운데 마지막 음절인 ‘-gy’를 한자어 로 표기함으로써 동서양의 에너지 개념을 함께 성찰해보자는 뜻을 담았다. 한중일에서 각각 [gi], [qi], [ki]’로 읽히는 이 단어는 로마자와 합쳐서 에네르기(Ener)[energy]’라는 합성어를 이룬다.

조선시대의 실학자 최한기는 그의 저서
<기학>에서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과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의 경계를 넘어서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주창했다. 이치(理致)와 기운(氣運)이 하나의 것인지, 아니면 본질과 현상의 관계로 나뉘는 것인지를 놓고 대립한 두 논점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는 우주의 원리를 활동운화로 보고 운동하는 에너지의 실체로써의 기를 강조했다. 우주는 스스로 생성하고 소멸하는 운동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운화지기는 우주의 운동에너지를 이르는 것이며, 형질지기는 존재의 형체와 질료를 이루는 기를 말한다. 그는 운화하는 기를 나름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그것을 운화지리 또는 유행지라라고 했다. 특히 사람의 유행지리를 추측지리라고 했다. 최한기 기학의 기본은 운화지기와 형질지기, 유행지리와 추측지리가 짝을 이루는 데 있다.

한기의 기학은 무형이 아닌 유형의 것을 대상으로 하며, 기의 운화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증험이 가능한 학문이며, 기일원론과 경험과학을 토대로 한 학문이다. 최한기의 기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관통하며 궁극적으로 인간이해의 길, 즉 인간과학으로 통한다. 본질과 현상, 이론과 실천 등으로 이항대립적인 관계를 보이는 이와 기의 문제를 넘어서 기일원론을 주장한 최한기의 철학은 오늘날 자연과 사회, 인간을 이해하려는 통합과학적 사유의 지평을 연 선구적인 사상이다. 탈근대적 융복합의 시대정신을 갈구하는 현대사회에 있어 근대 초기의 조선철학자의 울림이 큰 이유이다. 조선말 실학자의 이 메시지는 여기 대전에서 열리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공존하는 <프로젝트대전 2012 : 에너르기-Ener>의 탈근대적 통합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융복합 예술프로젝트에 깊은 울림을 준다.

프로제트대전은
5개의 프로젝트로 이뤄진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동시대 첨단의 의제를 견지한 사이언스아트 프로젝트로서 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주제기획전에는 22()의 작가들이 출품한다. 한국의 작가들은 회화와 영상, 공공미술프로젝트, 설치 등의 작업으로 에네르기라는 주제에 접근했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회화로 풀어내기도 하고, 과학적 이해의 범주를 초원하는 인간의 영성을 담아내묘, 생명에너지와 도시에너지를 과정으로서의 예술프로젝트로 다루기도 한다. 사이언스아트를 본격적으로 다뤄온 국외의 에술가들은 에너지와 엔텔레키와 같은 근본문제를 토탈아트로 담아내며, 생명 에너지, 인터랙션, 우주의 에너지, 전쟁과 에너지, 대재앙과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한밭수목원에서 열리는 현장미술프로젝트이다
. 그것은 대전과 대전 인근의 공주에서 수십년동안 이어져 온 자연미술의 저력을 네트워킹한 결과이다. 참여작가들은 공주에 있는 야투레지던시에서 지내며 수목원 현장의 공간을 활용한 입체 설치 작품을 진행했다. 14인의 국내외 작가들은 자신의 언어로 자연공간을 체험과 이해했고 그것을 현장 작업으로 연결했다. 자연미술은 과학예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연에 대한 접근을 모토로 하는 자연미술은 자연에 대한 과학적 세계관과 예술적 실천을 접목하고자 하는 과학예술과 매우 큰 친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들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실체로서의 물질세계에 대한 예술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미술관과 연구원
, 대학, 기업 등의 협업을 통하여 융복합예술의 성과를 보여주는 아티스트프로젝트이다. 대전문화재단과 대전시립미술관이 공동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아티언스페스티벌(9.1-9.4, 대전문화재단 주최)과 프로젝트대전2012(9.19-11.18, 대전시립미술관 주최), 두 행사의 전시 콘텐츠이다. 아티스트(ArtiST)‘Art in Science & Technology’의 합성어로서 과학기술과 결합한 예술적 실험을 뜻하는 과학과 예술의 협업 프로젝트이다. 참여작가들은 과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특히 4()의 작가는 과학예술 레지던시를 거쳐서 대전의 과학 인프라와 결합한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예술가와 과학자의 1:1 매칭워크샵, 대덕연구단지 연구실 탐방, 과학예술융합세미나 등의 공동워크샵 등을 진행하여 실질적인 과학예술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 4>는 대전의 원도심인 대흥동 일대에서 펼쳐지는 원도심프로젝트이다. 이 기획에는 대전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작업해온 예술가 다수가 참가했다. 이들은 원도심의 역사성과 현재성, 그리고 그 시간의 축선에서 형성된 공동체성 등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가지고 원도심 곳곳을 탐험했다. 이들은 100년 전에 탄생한 신생도시 대전을 만들어낸 원도심의 에너지를 다뤘다. 그 에너지는 열량을 소모하고 쇄락해가는 별과 같은 것이기도 하고, 그 이면에 재생과 재활의 관점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신성 같은 것이기도 하다. 다른 도시에서 대전을 방문한 국내외 작가들 또한 이 도시에 만나는 다양한 장면과 상황들 속에 파고들어 장소를 재발견하고, 관계를 생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총원과 각론의 차원에서 심도 깊게 검토하는 학술심포지움이다
. 이 행사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테크놀로지와 예술 등 다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과학과 예술, 그리고 에너지 문제를 다룬다. 프로젝트 대전은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프로젝트로서 첫 행사의 주제는 에너지이다. 전시의 개막에 맞춰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은 프로젝트대전의 대전제인 과학예술의 문제와 올 해 행사의 주제인 에너지 문제를 다룬다. 발제와 토론의 참가자들은 미학과 예술학을 전공한 예술이론가들과 큐레이터들은 물론 자연과학 분야의 과학자와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과 과학예술의 지위와 역할을 검토할 것이다. 또한 자연과학과 에너지의 문제를 비롯해 대안에너지와 후쿠시마 이슈, 과학예술 사례 등의 발제가 이어진다. 국내외의 토론자와 관객들과 함께 할 이번 행사의 내용은 녹취를 거쳐 도록에 게재하여 과학예술 담론을 공유하는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모든 것을 가르고 나눠서 잘고 깊게 파고들었던 근대의 패러다임을 지나서 그것들을 뒤섞어 공존하게 하고 나아가 새로운 실체를 만들어내는 융복합이라고 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대정신과 대면하고 있다
. 사회 전 영역의 체계적인 분화과정을 거친 근대 이후 영역과 영역이 만나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는 탈근대적 통합이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객관적 진리탐구의 영역인 과학과 상대적 가치경쟁의 영역인 예술 또한 영역간의 교류와 협업을 통하여 상호성을 넓히고 있다.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이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통합의 시대에 있어 과학예술은 최전선에 위치한 서로의 예술이다. 그것은 상호부조의 관점에서 자아와 타자를 성찰하며 차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융복합의 시대의 새로운 좌표이다. 

김준기
GIM Jungi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12/09/05 13:37 2012/09/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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