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이슈 특정적인 공론장으로서의 충무 아트 프로젝트
critic & column | 2008/10/14 13:03
장소/이슈 특정적인 공론장으로서의 충무 아트 프로젝트
충무갤러리의 기획공모가 ‘황학동-만물시장’에 이어서 ‘동대문운동장’으로 다시 한번 지역성과 동행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실천하기 위해서 여러 작가들의 작업계획을 듣고 보았다. 공공예술 프로젝트라고 해서 이번 기획의 참여작가들이 실재의 공공공간을 대상으로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프로젝트는 전시장 전시를 최종목표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을 띠는 이유는 그것이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공공공간은 공공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가능성을 가진 곳이다. 그러나 물리적 공간을 지향하는 공공공간의 미술만이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아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공공영역과 공공공간은 분명이 다르다는 점이다. 공공영역은 비가시적인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포함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지식과 감성의 생산과 향유 체제를 말한다. 이 프로젝트가 작동하기를 희망하는 지점은 공공공간이라는 한정된 장소개념이 아니라 장소성과 의제가 활성화하는 공공영역이다.
공모에 참여한 다수의 작가들이 이러한 기획공모의 면면을 잘 헤아렸다. 대상을 수상한 우상호는 이미 90년대 이후부터 활동해온 중견작가로서 이번 공모에서 단연 두각을 타나낸 작가이다. 그동안 폐광촌의 이미지를 회화작업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한 기억을 회화라는 물질형식의 예술작품으로 남기는 일을 해왔던 그는 동대문의 안과 밖, 과거와 현재의 풍경과 기억들을 담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작가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그가 말하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 고리 속에 존재하는 동대문운동장의 운명을 담은 회화의 기억에 관해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동대문운동장에 관한 여러 가지 기록물들 가운데 우상호의 회화적 표현이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그가 화가로서 걸어온 성찰적 자세에 대한 믿은 때문이었다.
우수상을 받은 김강박씨, 김문경, 김영경, 차지량 등 4인(팀)의 작가들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 김강박씨는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동대문운동장의 운명을 영화간판 페인팅과 지우기 작업으로 표현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스스로 지워버림으로써 실재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동행하는 예술 영역의 사건을 만들어내는 수행성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김문경은 2007년 기획공모 ‘황학동-만물시장’에서 좋은 작품을 남긴 데 이어 올해에도 동대문의 역사와 현재를 넘나드는 사진이미지들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리서치 베이스의 이미지 아카이빙과 취재 및 가공 단계를 거치는 그의 작업에서 동대문운동장과 동대문시장을 동시에 성찰하는 반짝이는 성찰이 돋보였다.
김영경은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육중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자체를 카메라에 담아내되 그 주변의 풍경들을 동시에 포착함으로써 오랜 세월동안 동대문운동장을 둘러싸고 땅의 역사를 만들어온 시간성에 주목하고자 했다. 사라지는 것에 관한 판타지를 담은 기억투쟁으로서의 다큐멘타리로 남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차지량은 동대문운동장의 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유폐된 삶의 흔적들을 추적하고 그 면면을 사진과 텍스트로 담아냄으로써 화려한 재개발 프로젝트 속에 담긴 도시의 배리를 들춰내고자했다. 동시대 현실 영역을 들여다보는 리얼리스트의 면모가 보였다.
특정 지역의 장소성을 발견하고 그것으로부터 동시대의 이슈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야말로 공공영역을 형성하는 매우 빼어난 기획이다. 예술작품을 매개로 하는 공공영역, 다시 말해서 예술공론장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수준에서 발생하는 공공적 커뮤니케이션을 만든다. 그것은 작가의 체험을 표현한 예술작품들이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동시대의 이슈에 대해 새로운 합의를 생성하는 데로까지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에 참가해서 전시 프로젝트에까지 도달한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은 지역 공동체의 담론과 동행하면서 의미있는 예술공론장을 형성할 것이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장소성과 역사성을 토대로 한 예술적 의제 설정과 소통이 창의적으로 결합하는 '장소/이슈 특정적인 충무 아트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 2008 충무갤러리 기획공모 심사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