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과 그 너머의 회화 : 이진원 개인전 리뷰

critic & column | 2008/07/26 17: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타일과 그 너머의 회화 : 이진원 개인전 리뷰

이진원 개인전, 2008.6.11-6.24, 목인갤러리

그는 붓질의 묘미를 잘 살리는 일과 색면의 감성을 잘 살리는 일을 동시에 실행한다. 은은한 발색의 깊은 색감은 이진원 작품의 매력임에 분명하지만 여러 번 겹칠 해서 얻어내는 필선들의 연쇄 또한 동일한 수준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누군가 그의 작품에 대해 필선과 색채의 세계로 집약되는 감성학의 세계라고 말한다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자신의 세계가 물질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아닌 경계 위에 서고 싶다고 말이다. 요컨대 형상을 흐트러트리지 않으면서도 형상의 지시가능성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것이 이진원의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이진원이 자신의 그림을 스타일 이상의 것으로 간주하건, 아니면 스타일 그 자체를 중요시하건 간에, 감상의 대상으로 공개된 회화라는 물질은 일차적으로 스타일의 차별화에 달려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회화의 문제는 항상 그 너머에 있(기도 하)다.

이진원은 실내의 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산책하면서 만난 풀꽃 나무들을 그리기도 한다. 자신의 생활주변에서 작품의 대상을 발견해 내는 경우이다. 화면 가득 금붕어들이 떠돌아다니는 그림들은 섬세한 붓질의 느낌을 잘 살린 그림이다. 붉은색을 주조색으로 쓴 단색회화들은 이진원이 만들어내는 판타지의 모습이다. 뚜렷하게 윤곽선을 남긴 소파 그림의 내부에 한 가득 꽃을 채워넣은 그림에 다다르면 이 작가가 개체와 군집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장지에다가 채색 안료를 여러 번 겹쳐 발라서 은은한 색이 내비치는 풀 그림들은 그가 사유와 성찰의 방향을 식물성에 두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동일한 모티프를 각각 다른 감성으로 표현하고 이 유사한 정보값을 가진 작품들을 모자이크 식으로 나열한 배치 방법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점은 결국 이진원의 작업이 상황에 대한 해명을 시도한다거나 일목요연한 서사구조를 생성하려 하는 데에 별무관심하다는 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가면 그는 은근히 서사를 부정하기까지 한다. 흐느적거리는 물풀처럼 필선의 유려한 흐름들이 얽혀있는 식물 그림은 지시대상을 상실한 붓질 그 자체의 유희로 보이기까지 한다. 눈부신 태양의 빛을 그려낼 수 있을까? 이진원은 특유의 은은한 색으로 그 일을 해냈다. 스타일과 서사의 문제. 선택의 작가의 몫이다. 적극적인 서사체계를 유보한 상황에서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어떤 가치이냐 하는 점이 이진원에 대한 비평적 해석의 핵심이다. 김준기(미술평론가)

* 월간미술 2008년 8월호 기고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07/26 17:14 2008/07/26 17:14

trackback :: http://gimjungi.net/blog/trackback/600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이전  1 ... 666768697071727374 ... 58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