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퍼포먼스, 1인시위 :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critic & column | 2012/07/27 19:02


소셜 퍼포먼스, 1인시위 :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2005년 10월 31일. 대책위원회는 ‘구본주 소송 종결’에 대한 대책위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런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7년이 지난 지금. 예술인의 지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일고 있다. 예술인복지제도에 관한 논의를 비롯해서 몇몇 가지 정책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팍팍한 세상살이 속에서 예술인들의 신산한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그러나 세상은 조금씩 변해간다. 그해 여름을 달구었던 소셜 퍼포먼스, 구본주-삼성화재 릴레이 1인 시위는 예술(인)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출의 의미있는 출발이었다. 단 한 사람의 조용한 외침, 1인 시위는 세상을 바꾸는 작지만 큰 힘을 가진 소셜 퍼포먼스이다.

2005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서울 한복판의 삼성화재 본사 앞에서는 예술가들의 일인시위가 이어졌다. 그해 7월 4일에 처음 열린 안성금 작가의 일인 시위를 시작으로 10월 26일까지 100여명의 예술인들이 매일 점심시간 마다 삼성화재 본사 앞에 섰다. 작가와 큐레이터, 평론가, 시인, 영화인, 가수, 학생 등 다양한 캐릭터의 시위 참가자들이 요구한 것은 예술인을 무시하는 자본의 논리를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예술은 사회적 노동이다’라는 주장 속에는 예술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제도적 모순에 항의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예술인들의 릴레이 1인시위는 구본주-삼성화재 사건 때문이었다. 2003년 가을, 촉망받던 조각가 구본주가 서른 일곱 살의 젊은 나이에 포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가해자 측 보험회사인 삼성화재는  구본주의 유족을 상대로 보험금을 낮추기 위한 소송을 벌였다. 구본주라는 예술가는 무직자이니 배상금을 깎자는 논리였다. 삼성화재는 ‘피해자 과실 범위 70%, 가동 연한(정년) 60세, 경력 불인정, 소득 불인정, 무직자에 준한 배상’ 등의 논리를 폈다. 물론 손해배상금을 둘러싼 피해자와 보험회사의 이견은 비단 삼성화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삼성이라는 재벌그룹의 방계회사인 삼성화재가 예술가를 상대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것은 안그래도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된 예술가들의 존재 근거에 큰 상처를 주었다.

‘삼성화재의 구본주 손해배상 판결 항소 사건’이 알려지자 예술이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점심시간에 여러 분야의 예술인들이 참가했다. 1인시위에 참가하는 이들의 캐릭터는 물론 그들의 시위양태도 제 각각이었다. 예술가 특유의 기질로 현장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고, 그 장면을 사진이나 드로잉 방식으로 인터넷 상에 유포한 1인시위 리포트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언론도 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사를 실었다.

대책위원회는 모금활동과 사건해결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예술가 복지를 논의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특히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서 문화공헌 운운하는 삼성그룹의 방계회사에서 예술인을 백안시하는 일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그 해 가을에 이르러 삼성화재의 협상안을 받아들인 유족의 결정으로 합의가 이뤄졌고, 사건을 일단락을 지었다. 당시의 자료들은 지금도 인터넷 카페 <조각가 故 구본주 소송(삼성화재) 해결을 위한 예술인 대책위원회>( http://cafe.naver.com/gubonjuartright.cafe)에 그대로 남아있다.

예술인들의 릴레이 1인시위는 예술가의 유족과 삼성화재라는 보험회사의 배상금을 둘러싼 싸움에 연관한 것만이 아니었다. 구본주-삼성화재 사건의 핵심은 예술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공론화 한 데 있다. 물론 예술가의 노동은 일반적인 노동과 같은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그러나 예술노동의 특수성을 이유로 그것을 백안시하거나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1인시위에 참가한 수많은 예술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존재를 구본주에 투영했다. 그것은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예술노동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대한 분노였다. 개인의 분노가 우리의 분노임을 확인하게 해준 그 해의 구본주-삼성화재 릴레이 1인시위. 그 유쾌했던 소셜 퍼포먼스의 뜻과 힘을 다시 생각한다.

김준기(미술평론가)

* 아티클, 2012년 8월호 기고문.

2012/07/27 19:02 2012/07/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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