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지식생산으로서의 예술과 이원석의 작품 세계 : Essay for I Wonseok Solo Show
critic & column | 2008/09/10 09:58


비판적 지식생산으로서의 예술과 이원석의 작품 세계
작가의 문제의식이 명쾌하게 드러나는 의도적인 설정과 충격적인 장면에서 결정적인 요소를 드러내려는 센세이셔널리즘은 자칫 경박한 작업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원석의 작업이 채택하고 있는 결정적 장면 포착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문제적이다. 그는 여하한 방법으로 금기를 넘어서는 표현을 일삼아 왔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상당히 자극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극을 위한 자극과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오히려 그는 객기에 찬 설정과 표현을 배제하는 편이다. 그의 자극은 매우 이지적인 성찰로부터 나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적인 체험을 끌어들이는 대목에서도 동시대의 역사적인 맥락에 관한 성찰을 동반한다.
그가 여타의 경향들로부터 자신의 작업을 차별화하는 길은 뚜렷한 세계관과 탄탄한 방법론이다. 그의 세계 인식과 표현 방법은 동시대 작가들 가운데서도 확연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그의 세계관을 규정하는 가장 큰 차별성은 사회변동에 대해 민감하게 촉수를 뻗고 있는 리얼리스트이며, 더욱 각별한 것은 80년대 세대 정체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현대사에 있어 매우 각별하게 사회변동의 에너지를 발산했던 1980년대를 관통하며 당대의 시대정신과 동행한 청년시기를 거친 이원석은 예술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거리두기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근저에 깔린 인간소외의 현상들을 파고든다. 그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개인의 고독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다. 때로는 세월 앞에 가려진 자기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성찰적 태도를 취하기도 하며, 우리 사회가 양산하는 이데올로기를 역설적으로 비꼬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한다. 오늘날 현대미술은 사회와의 긴장관계를 놓쳐버리고 있다. 예술가의 대 사회적 태도가 온건함과 편안함을 선사할 것은 직간접적으로 강요하는 미술시장 중심의 흐름은 예술가의 존재 이유를 비판적 지식인이 아닌 현실과 타협하는 예술상품 생산자로 규정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적 작품 생산과 교환 시스템에서 이원석도 예외일 수 없겠지만,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불편함과 날카로움을 잃지 않고 있다.


이원석은 사회와 개인의 대립구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낸다. 때로는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며, 또 다른 경우에는 사회 구조에 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적 직관을 동원하기도 한다. 인체와 동물을 망라한 그의 결정적 순간 포착들은 그동안 이원석의 작업이 사건과 상황의 표현에 있어서 보다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이원석이 채택해온 인간이나 동물 표현은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를 기본으로 하되 설정 자체를 매우 결정적인 순간의 포착에 의존해왔다. 근작의 흐름들은 그러한 정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판적 지식생산으로서의 예술가 정체성이 위기에 처한 시대를 살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여전히 패권적인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시장논리에 포박된 미술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시대이다. 예술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길조차 아득하게 멀어지는 시대이다. 이럴 때 이원석이 놓치지 않는 비판적 지식생산자로서의 자존감이야말로 혼돈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원칙일 것이다. 이원석이 솜씨 좋은 조각가에 머물지 않고 지성과 감성을 동반한 참된 지식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치를 지켜내는 것은 작가 자신의 몫이기도 하거니와 그를 둘러싼 예술생태의 몫이기도 하다는 점. 예술이 생산과 매개와 향유의 삼태극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유이다.
김준기(www.gimjungi.net)
* 이원석 개인전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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