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순 : 대동여지도 중간보고서 리뷰

critic & column | 2012/07/21 19:30


박홍순의 대탐사, 대동여지도 출발보고서

박홍순 : 대동여지도 중간보고서, 한미사진미술관, 6.23-8.19

지난 1999년, 백두대간을 타고 오르며 험산준령을 카메라에 담은 박홍순의 사진집을 처음 대했을 때, 나는 그가 이렇게 방대한 스케일의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당시 30대 초반의 신진작가였기 때문이다. 2005년에 이르러 그가 한강을 테마로 개인전을 열었을 때, 산하의 맥락을 완성해나가는 모습에 뭔가 묵직한 예술가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1999년에 함께 강원도 영월과 평창, 정선을 잇는 동강을 답사하며 찍었던 한강 상류의 모습에서부터 한강 하류의 거대한 풍경에 이르는 대하(大河) 드라마를 선보인 당시의 개인전을 보면서 일관된 주제와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한길을 가는 사진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 서해안을 촬영할 때는 그를 따라서 서해의 갯벌을 밟으며 그의 발품을 목격하면서, 비로서 그의 거대한 다큐멘터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새만금방조제의 저 막막하고 막연한 인공재해 현장에서 소금꽃이 핀 갯벌을 누비며 뚜벅뚜벅 걷던 그의 모습에 자연의 위대함과 인공의 허망함을 함께 담으려는 리얼리스트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서해안을 담은 2008년의 개인전은 ‘고독하고 육중한 박홍순의 거대서사’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2년. 그는 14년간의 큰 걸음을 한 묶음으로 묶어 대동여지도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몇 년 사이 그는 진도에서 완도, 강진갯벌, 순천만과 여자만, 거가대교, 그리고 해운대에 이르는 남해안 루트를 섭렵해서 백두대간-한강-서해안-남해안에 이르는 한반도 남단의 대탐사를 절반가량 라인업 해놓았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박홍순이 한반도 남단의 산하를 두루 꿰며 담아온 현대판 대동여지도의 중간결산은 이렇듯 긴 호릅의 결과물이다. 대자연의 풍경 속에 끼어든 인공의 흔적을 찍어온 박홍순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백두대간의 수많은 봉우리들과 동강과 평화의 댐에서 양수리 두물머리에 이르는 한강도 있고, 거대한 규모의 서해안 개발프로젝트인 시화호와 새만금도 있고, 남해안의 진도에서 완도, 강진갯벌, 순천만과 여자만, 거가대교, 그리고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지점의 해운대도 있다. 이 연작은 앞으로 이어질 작업들로 인해 더울 빛을 발할 것이다. 부단한 발길로 산하를 훑고 다니는 박홍순의 대서사시는 시간이 갈수록 힘이 생기는 ‘규모의 사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두고 중간보고서라는 말은 괜한 말이었다. 산맥에 이어 큰강을 훑고 나서 서남해안으로 내달음질 한 그의 대장정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동해안과 DMZ에 이어 낙동강과 섬진강, 영산강, 금강, 게다가 그 많은 섬들이 있다. 이것을 다 마친다고 해도 절반의 대동여지도에 그칠 뿐이다. 북한지역으로까지 이어질 그의 대탐사를 두고서 이번 전시가 중간보고서라고 하기에는 모순이 있지 않은가. 한 가지 더 있다. 발해나 고조선의 옛땅을 답사할 예정인 박홍순은 반도사관을 부추기는 대동여지도의 영토개념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민족과 국가, 영토 따위의 개념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개인 박홍순으로서 거대한 자연을 만나고 싶은 것이 그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중간보고서가 아니라 거대한 여정을 알리는 출발보고서일 뿐이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 아트인컬쳐 2012년 8월호 기고문.

2012/07/21 19:30 2012/07/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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