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다면성을 드러내는 한송준의 마음 조각

critic & column | 2008/09/1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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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다면성을 드러내는 한송준의 마음 조각

마음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한송준의 독백은 매우 성찰적이다. 삶이 무엇인지, 인간 존재는 무엇인지, 특히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는 예술적 성찰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근작의 주종을 이루는 <Facet of my mind> 연작들은 다중적인 마음의 갈래가 담겨있다. 그것은 그리드를 형성하는 판재의 나열로 나타나기도 하고, 비어있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 정육면체로 표현되기도 하며, 굴곡 있는 판재의 연쇄로 드러나기도 하고, 서로 어긋나도록 배치한 판재의 나열로 이뤄지기도 한다. 판재의 접촉과 이완을 통해서 마음과 마음의 관계를 말하기도 하고, 아크릴 채색 위에 투명 우레탄 도장으로 마감한 서로 다른 색채를 이용해서 마음의 표정을 말하기도 한다.

한송준의 판재 조각들은 마음 조각들이다. 그는 ‘무수히 많은 자신의 마음이 그 자신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마음 조각들로 표현하고 있다. 단일한 마음이 아니라 자아의 분열을 유도하는 여러 개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얘기다. 그것은 희노애락의 감정을 만드는 마음의 조각들이 미세한 간극을 유지하며 공존하고 있는 마음의 풍경이다. 그는 몇 차례 인도 여행을 하면서 접한 명상의 힘을 작품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는 양평 지제면의 한적한 작업실에서 차분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차분한 작가이다. 그의 마음 조각들에는 매우 예민한 감성이 묻어 있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은근히 자극적이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반짝이는 표면 질감이 살아있는 <The bell>은 판재의 배치를 이용한 평면 조각이다. 나아가 그것은 청각 파장과 시각 파장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살짝 건드리면 미세한 떨림을 보이면서 맑은 종소리를 내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종은 둥근 외형에 내부가 비어 있어 소리의 공명이 나는 것을 상상하겠지만 한송준의 종은 마치 편경(編磬)과 같이 평면의 판재를 쳐서 소리를 내는 종이다. 더군다나 공중에 떠 있지 않고 바닥에 놓인 좌대 위에서 지그재그 모양으로 연결된 판재 조각이라는 점에서 뜻밖의 결과를 발산한다. 면의 떨림이 청각과 더불어 시각적 파장을 제공하는 공감각적인 체험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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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질료에 관한 관심은 회화의 물감과 천에 대한 관심 이상으로 집요하고 강력하다. 한송준 또한 여러 매체를 거쳐서 철을 만났을 때 높은 집중도를 보이며 철에 몰입했다. 차가운 성질의 철을 갈고 닦는 과정에서 빛을 만나고 색을 만났다. 특히 색을 입은 철은 매우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뒤바뀌는데, 한송준의 근작들은 면과 더불어 색에 의해서도 독창성을 발휘한다. 철을 다루는 한송준의 솜씨가 잘 드러나는 구상작품들도 있다. 구체적으로 형상을 드러내는 구상 작품들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입체의 하트에 곡선의 절단면들 내부가 보이도록 하고 그 속에 LED를 넣어 심장의 아이콘을 이용해 마음의 형상을 드러낸 작품도 있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사람이나 손과 손이 맞닿아 있는 작업 등 형상을 변용한 작품들도 있다.

근작의 주종을 이루는 마음 조각들은 정사각형의 판재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맞닿은 면과 면의 어긋남이 미묘한 여운을 남기며 회화적인 구성을 이루는 작품이다. 대표작 <Facet of ma mind (b)>는 55개의 판재를 서랍장 조립하듯 이어붙인 4미터 대작이다. 그는 반듯하고 엄격하게 그리드를 형성하는 정사각형의 배열을 채택하지 않았다. 정사각의 판재들을 약간씩 어긋나게 배치함으로써 단일한 정체성으로 존재하지 않는 마음 조각들의 면면을 표현하고 있다. 이때 ‘마음을 표현했다’는 이 문장은 상당히 문제적이다. 마음이라는 비가시적인 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떠한 경로로 성립하는지에 관해 질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평면을 일컬어 ‘숭고’라는 심상을 재현한 것이라고 말했을 때의 비평적 논쟁거리와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색을 입힌 한송준의 조각은 마음을 직접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 그의 마음 조각들은 엄격하게 중립적인 형태와 색채를 가진 기하학적 추상 작품이다. 그의 마음 조각은 감각 너머 지각의 세계에 다가서고 있다. 지적인 성찰을 동반해서 정신세계의 면면을 들여다보려는 한송준의 작품은 그래서 환원적인 모더니즘의 어법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조각이 재현미술과 결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마음이라는 '실재’와 마음 조각이라는 '기표’, 그리고 마음의 다면성이라는 '의미’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간극은 완벽한 분화(分化)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송준은 실재와 기표와 의미의 삼각축을 탈분화(脫分化)의 통합적 수준에서 다루고 있다. 그는 명상을 통해서 심상을 설정하고 그 심상을 마음 조각으로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루는 한송준의 조각은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과 동행하는 동시대 미술의 행보를 시사하고 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 한송준 개인전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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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22:08 2008/09/1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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