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교 도시 속의 예술, 싱가포르비엔날레

critic & column | 2006/09/21 18:45



다종교 도시 속의 예술, 싱가포르비엔날레

믿음(belief). 신념(信念)이라는 한자말로 표기되기도 한 이 개념이 2006년 싱가포르 비엔날레의 주제이다. 신생 미술축제인 싱가포르비엔날레에는 38개국 95명 작가들의 198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는데, 이러한 작품 수보다 더 흥미를 끄는 일은 출품작들이 19개의 장소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12월에 공식 개관을 앞두고 있는 싱가포르박물관에서는 10여점의 대형작품들이 깔끔하고 스팩타클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한국의 전준호를 비롯해 29인의 작가가 출품한 시청 전시장도 있다. 오래된 군인 병원인 탕린캠프에서는 40명에 가까운 작가들이 영상, 설치,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을 출품했다. 하지만 이들 거대 전시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십여개의 군소 전시 현장들(venues)이다.


박물관 앞의 싱가포르경영대학, 건너편의 싱가포르미술관을 비롯한 여타의 전시장과 특히 이례적인 것은 믿음이라는 주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종교사원에서의 전시이다. 두세개 정도의 거대한 전시장을 두는 일반적인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배치가 가능했던 것은 싱가포르라는 도시의 특성과 주제가 매우 큰 몫을 차지했다. 싱가포르는 다인종의 도시 국가로 유명하다. 화교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아시아의 모든 인종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다문화 현상이 지배적이다. 주류문화라고 할 것이 없이 이런저런 문화가 뒤섞여 있는 곳이다. 종교가 다양한 것 자연스러운 일이다. 종교로 인해 갈등을 겪는 인접 국가들과 비교해봤을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작품 전시보다 더 앞서는 것은 이들 사원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서있는 싱가포르의 독특한 문화 자체이다. 가톨릭, 유대교, 인도에서 온 스리 크리스티난, 불교, 개신교,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독특한 제례가 열리는 종교사원에서 예술을 찾아보는 일 자체가 매우 극적인 예술적 현상으로 읽힌다. 이 전시는 도시 자체를 종교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시 둘러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여타의 비엔날레들보도 훨씬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는 행사이다. 일각에서는 스펙타클의 부재, IMF 정상회의로 인한 시청 전시장의 일시적인 폐쇄 등의 몇 가지 오류를 들어 저평가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도시의 특성에 맞는 좋은 주제와 장소 선정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데, 가장 큰 것은 이러한 탁월한 문화현상들을 무대로 펼쳐지는 미술행위가 삶의 현장으로 스며들기보다는 일시적으로 과시적인 공공성을 보이려는 20세기 미술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준기(미술비평, www.gimjungi.net)

* 주간동아 기고문

2006/09/21 18:45 2006/09/21 18:45

trackback :: http://gimjungi.net/blog/trackback/337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