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안은 현장미술의 재해석을 꿈꾸는 사람들 : 구마담과 김삐기 인터뷰 [민족21] 2003년 3월

artpd clip | 2010/04/13 19:48


구글은 네이버보다 나와바리가 넓은 것 같다. 구글 들어가서 웹써핑하다가 이런 걸 발견했다. 얼마전인가... 저 때만해도 뭔가 청춘의 삘이 살아있는 것 같은데... 사진들 남겨 놓은 것도 변변이 없어 어쩌다 웹에서 만나면 반가운 것들... 청춘의 편린들...


끝나지 않은 현장미술의 재해석을 꿈꾸는 사람들
사람들|‘A4反戰’ 전시 기획한 카페 시월의 ‘마담과 삐끼’
[26호] 2003년 05월 01일 (목) 이경수 기자 subbu@minjog21.com

서울 홍대 앞 카페 ‘시월’에서는 작은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4월 30일까지 열릴 전시회 ‘A4反戰’을 기획한 것은 카페의 주인이자 전시기획자인 구정화  김준기 부부. ‘A4反戰’의 이모저모와 이들 부부의 삶을 함께 전한다.

서울 홍대 앞 거리는 무언가  다를 것만 같다. 술집과 밥집이  있고, 카페가 있고, 살림집이 있는 것은 여느 거리와 마찬가지건만 ‘홍대 앞’이란 말에는  무언가 예술적인 것, 독특한 것이 있을 것만 같은 ‘표상’이 숨어 있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유통되는 클럽들,  여성주의 카페 등 같은 용도라도 무언가가 결합되어 있는 ‘이탈적’ 거리가 홍대 앞이다. 사회적인 쟁점보다는 개인적 문화취향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곳.

그런 홍대 앞에서도 ‘反戰’을 외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홍대 앞’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변형된 채로 말이다. 홍익대학교 앞 극동방송국 맞은편  골목에 자리잡은 카페 ‘시월’에서는 4월 한달 동안 ‘현장2003 : A4反戰-Art For No  War’이 열린다. 이 전시회는 카페 주인 구정화(31), 김준기(34) 씨가 기획, 여러 미술인들의 작품을 모은 것이다.

‘A4反戰-Art For No War’은 지난 3월 중순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했을 무렵 기획된 전시회이다.  전쟁을 앞두고 미술인들이  “우리도 무언가 해야  되지 않느냐”며 엉덩이를 들썩이다 탄생한 것이다.

구정화 씨는 이를 가리켜 “자기 영역 안에서 가장 익숙한 형태로 반전 목소리를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미술인들이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메세지를 전하는 데’ 동참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A4反戰이 한 차례 열리는 ‘전시’라기보다는 ‘운동’에 가깝다고 한다.


A4反戰-‘전시’ 아닌 미술인들의 ‘운동’을 선언하다

“아쉬운 점은 전시물의 질이 높지  않다는 부분이 아니에요. 순발력 있게  동참할 수 있는 매체를 택한 거니까요. A4反戰이  여러 매체에 소개된 이후에도  오로지 전시를 보기 위해 카페 시월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지는 않았어요. 관객보다는 오히려 기자분들이 많이  찾죠. 어떤 ‘세태’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해서 좀 씁쓸하네요. 그런  거 있잖아요? 언론에서는 촛불시위나 반전운동을 크게 다루지만 정작 시위현장에 시민들은 많지 않은 거.”

김준기 씨는 이라크에 다녀온 미술가 최병수 씨가 카페에 들렀을 때 낯이 뜨거웠다고 한다.
직접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 앞에서 “이런 전시합니다.  한 번 찾아 주세요”라고 이야기하기가 미안해 초대도 못했단다.

“A4라는 사이즈가 이미지의 예술적 밀도는 떨어진다고 봐야죠. 기존 전시회처럼 농익지는 못하더라도 참여한 작가 60명이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이 종이 안에 무얼 담을까’하고 고민을 하면서, 반전 생각을 했겠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죠. 30대 후반의 작가와 통화하면서 박노해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어요.  반전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안 하다가 우리도  시류에 편승하는 거 아닌가. 구정화  씨가 지적한 대로 ‘미술인들이 면피한 거다’라고 볼 수도 있어요.”

지난 4월 9일 바그다드 함락으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싱겁게’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A4反戰은 허망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김준기 씨는 예술의 ‘치유 역할’을 강조하며 ‘반전’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전쟁의 본질이 사라진다거나 미술인들이 할 일이 없어진다거나  그렇지는 않잖아요? 미술이 예언자적 기능과 치유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지금은 이라크의 여성, 어린이들에 대해서 구체적인 발언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A4반전은 그래서 진행형인 거죠.”


카페 시월-배타적이지 않은 ‘사랑방 문화’를 꿈꾸다

‘A4反戰’은 카페 시월에서 열린 두 번째 전시이다.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이후 2월 20일∼3월 2일까지 젊은 페미니스트 미술가들이 기획해 ‘안티 아라키전’을  연 바 있다. 시월에서 열린 것은 아니었지만 ‘현장2001 : 건너간다’와 ‘현장2002 : Locul Cup’도 이들이 기획한 작업. ‘현장’이란 이름답게 각각 시대적인 이슈였던 1990년대를 반추하며, 2002년의 월드컵 열기를 되돌아 보기 위한 전시였다.

두 사람은 모두 미술계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전시기획자들이다. 구정화 씨는 쌈지스페이스에서, 김준기 씨는 가나 아트에서 일했다. 지난해 문을 연 카페 ‘시월’은 이들이 함께  만든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카페는 굉장히 인공적으로  꾸며진, 가짜로 만들어진 공간이  대부분이잖아요. 카페에 온 손님 중 한 분이 그러더라구요. ‘외국처럼 200∼300년씩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는, 이야기가 있고 논쟁이 있고 토론이  있는 카페가 되면 좋겠다.’ 시월이 그런  모습을 가졌음 좋겠어요. 예를 들면 이 테이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가 맘에 들면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이 끼어들 수 있는, 즉석에서 토론이 이뤄지는 곳 말이죠.”

구정화 씨가 바라는 카페의 모습은 예전의 ‘사랑방’처럼 자유롭게 의견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사랑방이 남성들에게만 배타적으로 열려 있던 공간이란 점을 빼고, 여성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서 말이다.

대안공간이냐는 질문에 김준기 씨는 “사람들이 알맹이 없이 껍질만 ‘대안공간’이라고 붙인다”면서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앞으로  카페 ‘시월’을 통해 활동을  펼칠 생각은 분명하지만, ‘레테르 붙이기’에 좌우되지는 않겠다는 선언인 듯 하다. 앞으로 카페 시월이 어떤 ‘단단한’ 알맹이를 만들어 갈 것인가는 이들 주인 부부의 꿈에 따라 하나씩 채워지지 않을까.


아내 구정화 씨-“민중미술가를 다시 불러내고 싶다”

   
  [사진/유수]  
“민중미술이 1994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민중미술 15년전’ 전시회를 통해 외부에서 ‘정리’됐잖아요. 민중미술의 문제의식을  갖고 미술운동과 작업에  열중하던 후배 미술가들이 황당해 했다고 들었어요.”

구정화 씨는 짧은 시간에 묻혀 버린 민중미술의 진지한 문제의식, ‘조형탐구의 시도들,  공동체적 활동방식, 사회에 대한 대자적 발언’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1980년대의 미술을 되살리면 끊어진 듯 보이는 한국미술의 맥을 다시 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단다.

A4反戰에 전시된 몇몇 작품들도 미술인들의 ‘활동상’을  담고 있었다. 한 귀퉁이에 놓여 있는 2등신 전투경찰, 부시, 노무현 인형은 전시회 이전, 작가 박건웅 씨가 자발적으로 만들어 집회 현장을 들고 누볐던 것으로 김준기 씨가 아끼는  것이다. 구정화 씨가 의미있는 작품으로 꼽은 ‘포스터’도 마찬가지. 이 포스터는 전시회 홍보 포스터가 아니다.

“사실은 작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되면서 만들었던 포스터에요. 이승민, 한성원, 이지영 세 명의 젊은 친구들이 포스터를 만들어서 매일 아침 7시에 홍대 지하철 역에 나와서 나눠주는 활동을 했더라구요. 벽에 붙여 놓은 것을 떼어 내면 몇 번이고 다시 붙이고. ‘포스터 운동’이라고 할까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 거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퍼포먼스로, 애니메이션 등 새 매체에 대한 시도로, 혹은 지역의 환경 공동체로 현장미술의 정신을 이어가는  미술인들의 ‘현장’활동을 어렴풋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아직도 현장미술의 명제가 유효하다는 말이 다만  구호에만 그치지 않음을 말이다. 이들을 불러모아 포럼, 강연회 등을 이어가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아직까지는 카페 운영에 치이는 형편이죠. 조금 정리가 되고  하드웨어가 단단해 지고 나면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겠죠.  곳곳에 계시는 현장 활동가들을 불러와서 묻혀 있던 것들을 발굴해서 목소리를 들어  봐야죠. 그걸 토대로 현장미술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을 거구요.”


남편 김준기 씨-“문화사회, 문화개혁을 꿈꾸다”

   
  구본주 씨의 목각작품 '날으는 부시맨'. 김준기 씨는 '여전히 미술가들의 미덕 중 하나는 잘 깎고, 잘 만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손'이라 말한다.[사진/유수]  
“심광현 씨가 ‘근대사회는 잘 먹고 잘 사는 욕망의  시대다, 21세기는 근대사회를 뛰어넘어 사회적 시스템과 개인의 욕망이 합해져서 만나는 문화사회다’라고 했잖아요. 저는 노동, 통일 이런 큰 화두보다는 문화개혁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노짱’이 대통령 된 다음에는 미술인들의 움츠러들었던 자신감도 커지고 있구요. 정책  입안자가 바뀌면 아래에서도 열심히 뒷받침해 줘야 되잖아요.”

김준기 씨는 특정 주제에 얽매이기보다는 ‘문화가 사회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꿈꾼다. 문화적인 개혁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그는 그 실천이 30년쯤 후에는 사회의 변화를 가능케 하는 일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 미술과 운동, 문화와 사회, 80년대의 세례에 강박되어 있는 것 아니예요?

“요즘엔 전시장 미술도 바깥 미술이라고 해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방식을 취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무조건 나온다고 해서 의미있을 리 없죠. 관객들과 교감을 나누는 건 의미 있지만 시민들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가 빠져있었다는 거죠. 여기에  현장미술이 가졌던 기본적인 태도를 덧붙인다면 충분히 가능성있는 ‘공공미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80년대의 미술운동은 소중한 유산이죠.”

김준기 씨는 자신같은 전시기획자가  할 일은 이러한 과제가  가능하도록 연구자, 작가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구심 역할을 하는 그를 증명하듯이 인터뷰 내내 김준기 씨는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그는 지금 머리 속에 또 하나의 새로운 전시를 담아 두고 있다. 정전 50주년을 맞아 7월 24일에 ‘반전평화전’을 열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그는  그렇게 시대를 반영하는 문제의식을 던지는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 예정이라고 한다.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카페 시월에서 열릴 전시회는 그가 한번씩 걸러낸 의미있는 전시회가 되리란 생각이 스친다.


‘마담’과 ‘삐끼’, 그들의 꿈

   
  카페 시월의 주인 구정화, 김준기 씨 부부.[사진/유수]  
김준기 씨는 구정화 씨를 구 마담이라고, 자신을 삐끼라고 부른다. 구정화 씨가 카페의 주인으로 집안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자신은 사람을 불러모으는  일을 한다는 얘기다. 구정화 씨는 김준기 씨를 가리켜 ‘프로그래머’라고 한다. 카페  시월에서 열리는 행사 때마다 사람들을 섭외하고, 전시를 기획해 온 것이 그의 활동이었다는 거다.

“서로 의견이 충돌할 때요? 당연히 있죠. 디스플레이를 해도 저는 펼치자, 정화 씨는  모으자. 결국 그런 것은 실천력 있는 사람이 하는 거예요.”(김준기)

“김준기 씨는 전시하는 것 좋아하니까 하라고 하면 되고, 저는 프로그램 운영하는 데 몰두하고 그래요. 그래도, 최종 결정권은 저한테 있어요.”(구정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끼리 만난 이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각각 따로 만난 이들이지만, 이들은 다른 듯 닮았다. 묘하게 유쾌하고 달변인 점도, 전시기획자에 그치지 않고 현장미술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까지. 역할 분담이 뚜렷하다는 이들은 각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 꿈이 카페 시월에도 구석구석 스며들어, 언젠가는 카페 시월이 현장미술의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래본다.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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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19:48 2010/04/1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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