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독립시켜야 개혁 가능

critic & column | 2008/04/23 23:14


가끔 검색 사이트에서 짐준기를 쳐본다.
문득 이 글이 올라와 있었다.
옛날 글이 왜 위로 올라와있는 건지 알 수 없다.
4년 전 글인데, 전혀 옛이야기가 아니다.
생생한 요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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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10일자 <세계일보> 기고문

[미술] 국립현대미술관 독립시켜야 개혁 가능

국립현대미술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공개된 이후 한달 가까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핵심은 책임운영기관 전환이 과연 국립현대미술관을 정상화하는 데 실효가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더불어 개혁논의 과정의 비민주성에 모아졌다. 무엇보다도 개혁을 표방하는 여러 정책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주의로 흐르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세간에 얘기하고 있는 바, 보수적 관료들이 개혁의 옷을 입고
‘무늬만 개혁’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행정자치부의 일방주의에 대한 미술계의 분노는
이제 서서히 양비론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동안 과천이 얼마만큼 미술계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는지가 드러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비론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시각이다.
과천은 학예직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신뢰받지 못해온 과천은 행정직과 학예직의 비정상적인 역관계 속에서 굴러온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89명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62명이 일반행정직이라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이러한 직제의 비효율성은 책임운영기관으로 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당장 행정직 중심에서 학예직 중심으로 직제개편을 실행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그 어떤 개혁논의도 공허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제 기능을 하도록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려면, 독립기관으로 가는 것이 궁극적인 대안이다.
알맹이 없이 겉도는 논쟁보다는 내놓고 본질을 얘기해야 한다.
현재의 논점을 넘어서 행정관료와 학예전문직 양자 모두 진지하게
이 문제를 검토해 볼 것을 권고한다.

과천 식구들이 학예직이든 행정직이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독립기관으로 가겠다는 각오를 밝히지 않는 한,
자기 자리 지키기 위해 밥그릇 싸움 벌이고 있다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애초에 논점이 되었던 문화의 상업화 논란은 다소 선정적인 문구였다. 책임운영제 논란의 핵심은 예산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적 구성의 문제다. 최근에 알려진 바로는 향후 학예직 상당수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전문성을 길러 안정적으로 일을 해야 할 학예연구사를 채용하는 데 있어서 말이다.

한국 사회 전반에 만영한 행정관료와 전문가집단의 갈등과 긴장이
이번 논란의 저변에 깔린 핵심이다.
행자부의 자율성과 독립성 운운은 이러한 과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인적 구성이나 배치의 문제를 비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때가 어느 때인데 국가 차원에서 눈가리고 아웅하려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관료주의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정부의 통제 아래 두지 않고
독립적인 이사회를 갖춘 법인을 만들고, 예산을 정부가 아닌 의회에서 직접 받는 재정적 독립을 이룬 영국의 국립미술관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 김준기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08/04/23 23:14 2008/04/2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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