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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불화하는 액티비스트, 나규환

critic & column | 2010/03/05 20:30


사회와 불화하는 액티비스트, 나규환

예술가의 가치 지향과 창작 방향은 그의 처소와 처신을 규정한다. 나규환은 제도가 허락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제가 집결하는 현장을 주요 무대로 활동해온 예술가이다. 그는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여러 기획전에 출품함으로써 다양한 의제를 다루어왔을 뿐더러, 그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한 현장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작업 방식을 개발함으로써 창작의 영역을 넓혔다.그는 미군기지 확장으로 쫒겨난 평택 대추리 마을과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 기륭전자 비정규직 농성현장, GM대우 비정규농성현장, 용산참사 현장 등의 사회적 의제가 돌출하는 첨예한 공론의 장에서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을 해왔다. 그는 예술가로서 세상의 문제를 바라보는 비판적 리얼리즘의 입장을 넘어, 예술가로서 세상에 뛰어드는 행동주의 예술가(activist artist)이다.

그는 현장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오브제들을 즉흥적으로 조합하여 새로운 형상과 장면을 만드는가 하면, 목조 작업이나 소조 작업을 현장의 오브제들과 결합하기도 한다. 또한 일인시위 형식을 띈 퍼포먼스와 그래피티,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방식의 작업들을 통해서 장소의 특징뿐만 아니라 그 장소의 의제를 갈파하는 의제 특정적 예술(issue specific art)을 해왔다. 그는 예술의 숙명을 사회와의 불화로 설정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의 면면을 성찰하는 관찰자의 자세와 그 너머 첨예한 의제의 현장에 뛰어드는 참여자의 태도를 가진 그는 제도 예술의 한계를 넘어 사회적 공론장을 만드는 자율적 주체로서의 예술가이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 GIM Jungi (art critic)

* 상상마당 서교60 작가 추천사

2010/03/05 20:30 2010/03/05 20:30

절망과 분노와 불안, 그리고 낱낱의 삶이여 : 김병철

critic & column | 2010/03/05 02:08


절망과 분노와 불안, 그리고 낱낱의 삶이여

김병철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에 사는 40대 남성이다. 비록 예술노동이라는 매우 특수한 생산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일반적인 당면 과제들, 가령 부모를 모셔야하는 아들, 아이를 키우는 아빠, 아내를 보살피는 남편,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하는 가장 등으로서의 책임을 가진 40대 남성이다. 삶의 무게를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40대 남성의 삶 속에는 다양한 삶의 정서가 배어있다. 고통과 쾌락, 연민과 분노, 불안과 안정이 공존한다. 절망과 분노의 시간은 짧은 순간의 희망과 환희를 위해 무겁게 우리의 일상을 짓누른다. 김병철의 삶 속에도 유사한 종류의 체험이 존재할 것이다. 오히려 예술노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소외의 상황은 매우 절박한 삶의 체험을 남길 수 있다. 예술가 김병철은 예술이라는 소외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음으로써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에게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한다.

국가중심주의의 집단이데올로기 속에서 국가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나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머리를 빡빡 깎고 까만 교복을 입어야 했고, 스물을 넘긴 후 몇 년간 수십명의 동년배 남자들과 한 방을 써야 했던 사람들. 1960년대에 태어나 40년 이상 살아온 대한민국 남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집단병영 체제에 가까운 대한민국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대한민국 40대 남성들을 집단의 구성원이 아닌 낱낱의 개인으로 살펴본다면 그것은 김병철이 보여주는 벌거벗은 남성의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그가 이토록 철저하게 남성성의 권위를 조롱하는 작품을 내놓는 것은 인간성의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시대 삶을 모습을 날것으로 드려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병철은 그들을 개인의 모습으로 불러 세운다. 김병철의 작업에서 보이는 한 없이 초라한 모습의 벌거벗은 남성 신체의 모습 속에서 가부장 남성의 권력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김병철의 작품에는 해학과 냉소가 공존한다.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들 속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차가운 미소와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담겨있다. 그는 절망에 빠진 사람의 공허함을 표현하기도 하며, 동시에 절망 속에서도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어딘가 있을 희망의 끈을 찾는다. 차가운 미소 속에서도 희미한 낭만의 그림자를 찾는가 하면, 씁쓸한 웃음 속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내기도 한다. 나뭇가지를 얽어놓은 머리카락, 흰자위가 훤히 드러나는 눈, 헤벌린 입 속에 이빨이 드러난 채 성기를 드러낸 인체. 나무 조각의 정교한 짜임으로 구성된 목조 인체 조각으로서의 김병철 작품은 이미 그 솜씨와 일관성에 있어 정평이 나 있다. 인체의 특징을 갈파하되 과감한 생략과 과장으로 볼륨을 형성하고 공간을 확장하는 김병철 특유의 목조각은 예술가의 숙련된 솜씨가 독창적인 스타일을 형성했을 때의 경외와 찬사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또한 김병철이라는 한 인간 존재의 삶의 태도로부터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겸허한 마음으로 성찰한다.

투명아크릴판에 바짝 붙어 짓눌린 볼 위로 옆을 흘겨보는 한 남성이 분노에 가득 차 한 손에 식칼을 쥐고 있다. 그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개놈의 새끼들’. 세상을 바라보는 김병철의 싸늘한 시선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성기와 식칼은 비슷한 각도로 같은 쪽을 향하고 있다.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어 벽에 부딪힌 볼이 짓눌릴 정도로 압박을 당하는 사람은 분노의 끝자락에서 수세적인 폭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병철의 근작들은 움직임을 도입함으로써 상황을 전달하는 해학적 메시지의 호소력을 배가시킨다. 혓바닥을 움직이며 허공에 떠있는 ‘뻐꾸기의 둥지’도 있다. ‘외줄타기’처럼 전동모터에 의해 위아래로 움직이며 간신히 버티며 삶을 지탱하고 있는 한 남자도 있다. 무료함과 배고픔 속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목각 작품을 브론즈 캐스팅한 후 금속 패널의 한 구석에 배치함으로써 평면과 입체의 대비되는 언어를 한 프레임 안에서 구사하기도 한다.

김병철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그러니까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나만이 알고 있는 것 같은 삶의 이치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조곤조곤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작품들은 누군가에게 자신만의 ‘비밀’을 털어놓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후회’하기도 하며, 타인의 행위를 ‘용서’하며 살아가는 21세기 초반 40대 남성들의 ‘세상살이’를 담고 있다. 술병을 옆에 둔 채 시멘트 벽돌 위에 누운 ‘만취한 김씨’는 음주활동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중년남성들의 삶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추억의 저금통’ 속에서 옛노래의 추억을 되새기는 40대의 세대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김병철 자신의 삶의 모습이기도 하거니와 동시대를 사는 모두의 면면을 담은 우리 시대의 초상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자아동일시로 이어지는 김병철 내러티브는 감정이입으로 직결한다. 인생의 황금기를 달린다는 40대 남성을 개인으로 호명한 김병철의 작업은 특정한 세대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시대의 삶을 이야기하는 현실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반적인 구상작품에 비해 낯설게 보이는 김병철의 작품들이 관람객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것은 더 하지도 않고 덜 하지도 않은 그의 진솔함 때문이다. 김병철 내러티브는 격렬하게 분노하지 않고, 극심하게 절망하지 않으며 치명적으로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유약하게 내면화한 개인의 분노와 어느 정도 익숙해진 적당한 절망과 불안 정도를 담고 있다. 바로 이러한 완만한 분노, 절당한 절망과 불안으로 인하여 그의 작품은 보다 강렬한 흡인력을 얻곤 한다. 그는 분노와 좌절과 불안을 드러냄으로써 분노하지 못하는 삶, 절망하지 않는 삶, 불안을 망각한 삶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그는 희망과 환희를 선동하지 않고 절망과 분노를 읊조리고 있다. 세상에 대한 긍정은 부조리에 대한 긍정에 그치기 십상이다. 그는 세상을 부정함으로써 희망을 끈을 놓지 않으려는 예술가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 김병철은 지금 여기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 자체를 낮은 목소리로 날 것으로 까발리고 있다. 하여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가냘픈 육체를 가지고 불안한 세상을 살아가는 낱낱의 인간, 즉 우리시대 개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 GIM Jungi (Art Critic)

* 김병철 개인전 서문

2010/03/05 02:08 2010/03/0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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