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구입비 손비처리와 미술관 거래알선 허용방침에 관한 단상 050226 아트지 3월호

critic & column | 2005/02/25 19:59


작품 구입비 손비처리와 미술관 거래알선 허용방침에 관한 단상
: 한국사회의 미술관 문화를 재고함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이 발표한 ‘작품 구입비 손비처리’와 ‘미술관 거래알선 허용’ 방침은 여러 모로 생각해볼 거리를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생각이 미술관들이 재정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의 일환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나아가 기업의 미술품 소장을 권장하는 규제완화 정책과 함께 나왔다는 점에서 선별적이고 부분적으로 미술관의 재정자립도를 강화하기 위한 한정적인 방안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미술관 제도에 관한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절대 다수의 비판에 직면했다. 미술관 제도는 근대사회가 만들어낸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공리이다. 그것은 자본과 권력의 직접적인 개입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예술 생산과 향유의 매개 장소이며, 나아가 새로운 문화생산의 장을 여는 공공기재이다. 권위적인 유물 보존 창고로서 문화예술을 박제화하는 역기능에 대한 반성이 나올 정도로 미술관 제도는 이미 근대사회가 일궈낸 문화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미술관의 기능에 대해 거래알선 카드를 들이대는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술작품의 거래 알선 행위는 미술관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미술관 당사자들조차 도와주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대놓고 반대입장을 표명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상식을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거래알선 금지 조항은 규제라기보다는 비영리기관으로서의 기본적인 합의정신이다. 정책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은 비영리문화예술공간인 미술관의 근본적인 정체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나마 어렵게 만들어진 사립박물관/미술관의 복권기금 혜택마저도 예술품 거래알선을 통해 재정자립도가 개선되었으니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명분을 쌓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근본을 헤아리지 않은 탓에 의도와는 달리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예술품 구입비의 손비처리 방안과 함께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전향적인 미술계 지원 정책의 발호라는 점은 크게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규제개혁기획단은 기업이 예술품을 구입하면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계획을 함께 밝혔다. 5백만원 이하의 작품일 경우에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내용이다. 미술계 전체로 봐서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존에는 예술품을 특정 공간을 장식하는 용도로 이용할 때에 한정해서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하던 데서 그 틀을 대폭 넓힌 것이다. 예술품이 업무용자산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작품 구입 비용을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서 손비 처리한다는 얘기다. 기업으로써는 작품을 사면 세금을 내던 규정이 없어진 것이니 당연히 반길 일이다. 이번 예술품 손비처리 방안은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예술품 컬렉션을 장려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나아가 기업의 컬렉션 활성화는 미술계의 중저가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금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이 곧바로 미술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업들이 예술품을 구입할만한 여유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세금 유무와는 좀 다른 차원의 근본적인 문화적 수준의 문제다. 기업이 작품을 구입할만한 가치를 느끼느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가능성이 좀 낮다고 봐야할 것이다. 기업차원의 거창한 행사에 수천에서 수억씩 쓰는 것보다 좋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예술품 컬렉션은 특정 공간을 장식하는 일차적인 쓰임새 외에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문화 이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일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술관을 운용하는 삼성과 계열사 건물에서 미술작품 찾아보기 힘든 현대의 문화 마인드는 천지차이다.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생각대로 적절하게 들어맞지 않은 것이 문제다. ‘미술품 구입비 손비처리’ 방침과 달리 ‘미술관 거래 알선 허용’ 방침은 시장의 논리가 아닌 문화예술의 공공성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미술관과 화랑은 작가와 미술애호가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매개자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비영리냐 영리냐 하는 점에서는 명백하게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거래와 알선 행위는 화랑이 감당해야할 몫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각자 다른 지위와 역할을 통해서 미술문화 매개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보다 실질적으로 미술문화 관련 정책을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술관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술계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비롯해서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술관 거래알선 허용 방침만 해도 그렇다.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해서 미술관으로서의 윤리규정에 어긋나는 영리행위를 해서 운영난 해소를 모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영리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윤리의식은 자본의 논리만으로는 규명할 수 없는 공공 영역의 몫이다. 비영리성을 전제로 한 운영자금 마련의 방법을 넓히기 위한 지혜가 절실하다. 미술관들의 열악한 재정 상태에 대한 정책당국의 인식이 보다 전향적인 의미의 미술관 활성화 방안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의 미술관 후원 방안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이 특정 장르에 머무르거나 편중된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틀의 공적 기재로서의 미술관 문화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의 공적 자금 또한 기왕에 만들어진 미술관이 잘 운영되도록 돕는 것이 새로 미술관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서 미술관 문화의 공공성 개념을 높여내도록 했으면 좋겠다. 모쪼록 문화예술계의 어려운 형편을 헤아리는 섬세한 마음이 긴 안목을 내다보고 넓게 헤아리는 마음과 서로 잘 만나기를 기대한다.

김준기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05/02/25 19:59 2005/02/2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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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gim 2005/02/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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