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지역성, 지역주의

critic & column | 2010/07/28 14:29


지역, 지역성, 지역주의

일상과 정치, 예술 등 우리 삶의 여러 영역에서 지역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사회과학에서 쓰는 지역(地域, region)의 정의는 유사성이나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을 포괄한다. 지역의 범주는 클 것일 수도, 작은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크면 클수록 명확한 구분이 적어진다. 가령 중부나 남부와 같은 지역 개념은 호남이나 영남 같은 지역 개념에 비해 그 개연성이 적다. 지역은 자연환경에 의해 구분되거나, 국가 단위의 행정구역 편재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근본적으로는 역사 속에 축적된 문화적 차이에 근거한다. 자연과 문명, 이 두 가지 요소가 지역을 구분하는 중요한 축선이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 요소에 따른 지역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지역과 지역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기보다는 동질성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과 통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하는 첨단의 문명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지역간 경계는 점점 옅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지역 개념은 완고하기만 하다. 문제는 그것이 건강한 공동체 기반의 지역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변방의식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서울이라는 지역은 지방이 아닌 중앙이고, 서울 이외의 지역은 주변으로서의 지방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도 못한 법. 지역 개념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시민이라고 부르면 될 일은 지역민이라고 부르는 경우를 비롯해서 정치에서의 개념없는 지역주의를 비롯해 불필요하게 지역을 갖다 붙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건강한 의미의 지역 개념이라기보다는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서의 지역 개념을 근저에 깔고 있는 변방의식의 산물이다. 지역간의 경계가 줄어들고 동질성의 범위가 점점 커지는 마당에 아직도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지역 개념을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지역의 특성을 규명한다는 차원에서의 지역성 논의는 예술 영역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지구화의 여파로 전지구적인 보편성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개인에게까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시대에 글로벌리즘의 상대개념으로서의 지역주의(localism)는 예술적 실천의 범위와 방법을 규명하는 데도 매우 강력한 이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술을 전지구적인 보편언어가 아니라 지역성을 발화하는 특수성의 국면으로 이해하는 태도이다. 자치와 분권의 시대정신에 맞게 예술영역의 지역성을 다시 생각할 시점이다.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대전일보, 한밭춘추 기고문

2010/07/28 14:29 2010/07/28 14:29

수광영월(水光寧月)

critic & column | 2010/07/27 18:56


수광영월(水光寧月)

물은 생명을 안고 흐르며, 길은 문명을 실어 나른다. 물과 빛과 영월의 서사를 담고 있는 이 작품 <수광영월>은  동강 어라연 계곡의 길목에 위치한 생태정보단지의 랜드마크이다. 예술가 안종연은 평면과 입체, 회화와 영상 등 전방위의 매체를 두루 엮어 빛과 색의 세계를 탐구한다. 이 작품은 금속과 유리, LED 전광판, 디지털 비디오 인터페이스가 결합한 하이테크 예술이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생명 순환의 법칙을 형상화 하고 그 속에 빛의 파노라마를 넣었다. <수광영월>은 ‘물빛영월’을 밝히는 생명의 달이며, 문명의 달이다.

2010/07/27 18:56 2010/07/27 18:56

인식의 진화와 회화 : 홍원석

critic & column | 2010/07/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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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진화와 회화 : 홍원석


야간운전이라는 작가 특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해트라이트 불빛의 매력에 천착했던 홍원석이 불빛의 비중을 줄이고 그 대신에 현실 속의 사건과 정황들을 담아냈다. 홍원석의 그림들에는 불안한 주거의 현실 문제가 많이 나타난다. 재개발, 철거, 폭력 등이 난무하는 현대도시의 실상은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삶, 특히 주거의 문제와 직결한다. 그가 스스로 원했기 때문이겠지만, 홍원석 그 자신도 대전을 떠나 지난 몇 년간 비정주, 임시거주 방식으로 떠돌고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렇듯 인간의 거주지를 둘러싼 문제들을 다루는 화가의 마음이 어떤 것일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기념비적인 대작 <용산 미스터리>는 커다란 색면으로 분할한 화면의 한 구석에 용산의 남일당 건물과 그 앞에서 낙하하는 인물을 담아 도시의 비정한 위기상황을 포착했다. 남일당 건물 안에는 전투 경찰과 책읽는 아이들, 섹스하는 남녀 등 여러 가지 장면들이 얽혀있다. 부드러운 표면 대신에 빠른 속도의 거친 붓질이 돋보인다. 매끈한 완결미 대신에 부분적인 생략과 과장된 표현을 가미한 회화적 표현, 거기에다 강렬하고 대범한 원색의 색면으로 불온하고 불안한 동시대의 현실을 비판적 시각으로 담은 그림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왜 용산인가 하는 문제이다. 용산은 2009년 한 해 동안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모순을 가장 첨예하게 드러낸 문제의 진원지이다. 현대사회의 배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용산참사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한국사회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삶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홍원석은 그 실상을 기념비적인 회화로 남겼다. 회화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대신에 그 화면 속에 담긴 꽉찬 짜임새와 밀도있는 표현 등이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장점이 있다. 이 그림은 지금 당장 보다는 10년 후, 20년 후 더욱 가치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2010년을 살아나가고 있는 우리시대의 불안, 우리시대의 공포가 압축적이면서도 풍부한 서사구조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탐조등 불빛을 변용한 그림들도 다수 있다. 군용 앰뷸런스 차량의 해트라이트가 맥도널드의 'M'으로 바뀌기도 한다. <샷~>은 황재형의 1980년대 명작 <앰뷸런스>에 대한 오마주이다. 그는 황재형의 그림에 담겨있는 위기상황 표현의 특징적인 부분을 따다 썼다. 나무와 길, 불빛 등 황재형을 옮겨 쓴 그림 위로 전투기의 발사 장면을 담았다. 불안과 공포의 현재성을 담은 그림이다. 나이 서른의 젊은 화가로서 가까운 과거에 관한 경의와 재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진보가 아니라 인식의 진화이다. 바야흐로 홍원석의 그림이 단일한 아이템으로부터 다양한 서사와 표현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 2010년 8월호 월간미술 기고문

2010/07/26 16:50 2010/07/26 16:50

개념+예술+행동 : 주재환 임옥상 이태호 안규철 박불똥

critic & column | 2010/07/25 01:29


개념+예술+행동 : 주재환 임옥상 이태호 안규철 박불똥

1980년대에 현실과 발언 동인들이 보여준 새로운 시도와 1990년대 이후의 진화 양상은 평면과 입체를 중심으로 한 물질구조의 예술생산을 다양화 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이 섹션 <개념+예술+행동>의 다섯 작가들은 개념예술로부터 출발해서 예술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진화해왔다. 이들은 예술적 표현을 감상의 대상으로 고착화하지 않고, 참여와 개입을 통해 상호작용을 매개하고자 했다.

이들은 개념예술이나 새로운 공공미술, 또는 행동주의예술의 경향을 보이면서 미술제도가 한정한 경계를 넘나들었다. 주재환과 박불똥은 비가시성, 복제성, 개념적 퍼포먼스 등으로 비물질적인 예술 소통의 폭을 넓혔다. 임옥상, 이태호, 안규철은 회화나 조각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전시장미술의 한계를 넘어 예술행동의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이들은 전문적인 미술문화공간의 관객뿐만 아니라 삶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시민과 예술로서 소통하기를 원했다.

이들의 작업은 사용가치를 교환가치로 치환하는 시장중심의 예술체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다. 시장중심의 예술체제는 교환가능한 물질로서의 미술작품 중심으로 작동함으로써 사유와 성찰을 주선하며 공동체의 새로운 합의 생산을 매개하는 데 있어 한계를 보인다. 그것은 예술생산의 목표를 교환가치에 천착하게 함으로써 본연의 소통기능에 역행하곤 한다. 개념예술에서 예술행동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 작가들은 한국의 현대미술이 물질생산으로서의 예술창작을 넘어 소통기제로서의 예술적 표현으로 진화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이정표를 만들고 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 현발30 섹션 텍스트, 줄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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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예술+행동 : 주재환 임옥상 이태호 안규철 박불똥

1980년대에 현실과 발언 동인들이 보여준 새로운 시도와 1990년대 이후의 진화 양상은 평면과 입체를 중심으로 한 물질구조의 예술생산을 다양화 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이 섹션 <개념+예술+행동>의 다섯 작가들은 개념예술로부터 출발해서 예술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진화해왔다. 이들은 예술적 표현을 감상의 대상으로 고착화하지 않고, 참여와 개입을 통해 상호작용을 매개하고자 했다.

주재환은 오브제, 꼴라주, 패러디 등을 두루 관통하면서 삶의 면면을 통찰하는 유머와 시니시즘을 보여줌으로써 시각예술의 표현 방식을 확장하는 데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이태호는 1980년대의 입체와 프린트, 꼴라주 작업에서 최근의 기념패, 패러디 영상 등에 이르는 다양한 방식으로 특유의 언어감각을 풀어냈다. 박불똥은 콜라병과 성조기로 만든 오브제 설치 작품을 비롯해 다수의 꼴라주 작품과 개념적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서 문자언어와 시각언어를 두루 넘나드는 개념예술을 선보였다. 안규철은 물질 그 자체보다는 상황의 표현에 중심을 둔 조각으로부터 절제된 언어로 풍부한 서사를 이끌어내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개념예술 경향의 작업을 해왔다. 임옥상은 초기의 회화나 입체 작업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1990년대 후반 이후 참여와 공공의 개념을 끌어들여서 예술적 소통의 장을 제도미술 바깥으로 넓혀왔다.

이들은 개념예술이나 새로운 공공미술, 또는 행동주의예술의 경향을 보이면서 미술제도가 한정한 경계를 넘나들었다. 주재환과 박불똥은 비가시성, 복제성, 개념적 퍼포먼스 등으로 비물질적인 예술 소통의 폭을 넓혔다. 임옥상, 이태호, 안규철은 회화나 조각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전시장미술의 한계를 넘어 예술행동의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이들은 전문적인 미술문화공간의 관객뿐만 아니라 삶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시민과 예술로서 소통하기를 원했다.

이들의 작업은 사용가치를 교환가치로 치환하는 시장중심의 예술체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다. 시장중심의 예술체제는 교환가능한 물질로서의 미술작품 중심으로 작동함으로써 사유와 성찰을 주선하며 공동체의 새로운 합의 생산을 매개하는 데 있어 한계를 보인다. 그것은 예술생산의 목표를 교환가치에 천착하게 함으로써 본연의 소통기능에 역행하곤 한다. 개념예술에서 예술행동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 작가들은 한국의 현대미술이 물질생산으로서의 예술창작을 넘어 소통기제로서의 예술적 표현으로 진화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이정표를 만들고 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 * 현발30 섹션 텍스트, 안줄임 버전

2010/07/25 01:29 2010/07/25 01:29

40*40*40*40, 홍원석 - 탐조등 : 서울아트가이드 이달의 전시

critic & column | 2010/07/22 18:20


40*40*40*40, 대안공간 솜씨

서울 영등포의 문래동에 대안공간이 생겼다. 솜씨. 목화 ‘솜’의 ‘씨’앗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기술로서의 예술 개념과 관련이 있는 ‘솜씨’라는 말이 섞인 곳이다. 개관기념전으로 열린 이 전시에는 40명의 작가들이 출품했다. 40cm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소품들이다. 작가의 이름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누구의 작품인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익명성에 가려진 작품들 앞에서 머뭇거리게 하는 흥미로운 장치이다. 이 공간이 향후 문래동에서 어떤 일을 벌일지를 대략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홍원석 : 탐조등, 대전롯데갤러리

홍원석의 자동차 불빛 그림이 한 단계 진화했다. 매끈한 완결미 대신에 부분적인 생략과 과장된 표현을 가미한 회화적 표현이 돋보인다. 야간운전이라는 작가 특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해트라이트 불빛의 매력에 천착했던 그가 불빛의 비중을 줄이고 그 대신에 현실 속의 사건과 정황들을 담아냈다. 기념비적인 대작 <용산 미스터리>는 커다란 색면으로 분할한 화면의 한 구석에 용산의 남일당 건물과 그 앞에서 낙하하는 인물을 담아 도시의 비정한 위기상황을 포착했다.

2010/07/22 18:20 2010/07/22 18:20

개념+예술+행동 : 주재환 임옥상 이태호 안규철 박불똥

critic & column | 2010/07/21 16:19


개념+예술+행동 : 주재환 임옥상 이태호 안규철 박불똥

1980년대에 현실과 발언 동인들이 보여준 새로운 시도와 1990년대 이후의 진화 양상은 평면과 입체를 중심으로 한 물질구조의 예술생산을 다양화 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이 섹션의 다섯 작가들은 개념예술로부터 출발해서 예술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진화해왔다. 주재환은 오브제, 꼴라주, 패러디 등을 두루 관통하면서 삶의 면면을 통찰하는 유머와 시니시즘을 보여줌으로써 시각예술의 표현 방식을 확장하는 데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이태호는 1980년대의 입체와 프린트, 꼴라주 작업에서 최근의 기념패, 패러디 영상 등에 이르는 다양한 방식으로 특유의 언어감각을 풀어냈다.

박불똥은 콜라병과 성조기로 만든 오브제 설치 작품을 비롯해 다수의 꼴라주 작품과 개념적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서 문자언어와 시각언어를 두루 넘나드는 개념예술을 선보였다. 안규철은 물질 그 자체보다는 상황의 표현에 중심을 둔 조각으로부터 절제된 언어로 풍부한 서사를 이끌어내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개념예술 경향의 작업을 해왔다. 임옥상은 초기의 회화나 입체 작업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1990년대 후반 이후 참여와 공공의 개념을 끌어들여서 예술적 소통의 장을 제도미술 바깥으로 넓혀왔다.

<개념+예술+행동> 섹션의 작가들은 예술적 표현을 감상의 대상으로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와 개입을 통해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단계로까지 진화해왔다. 이들은 공공미술 개념을 넘어 행동주의 경향을 보이면서 미술제도가 한정한 경계를 넘나들었다. 주재환과 박불똥은 비가시성, 복제성, 개념적 퍼포먼스 등으로 비물질적인 예술적 소통의 폭을 넓혔다. 안규철, 이태호, 임옥상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전시장의 관객이 아닌 생활공간 속 시민과의 소통을 모색해왔다.

이들의 작업은 사용가치를 교환가치로 치환하는 시장중심의 예술체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다. 시장중심의 예술체제는 교환가능한 물질로서의 미술작품 중심으로 작동함으로써 사유와 성찰을 주선하며 공동체의 새로운 합의 생산을 매개하는 데 있어 한계를 보인다. 그것은 예술생산의 목표를 교환가치에 천착하게 함으로써 본연의 소통기능에 역행하곤 한다. 개념예술에서 예술행동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과 발언 동인은 한국의 현대미술이 물질생산으로서의 예술창작을 넘어 소통기제로서의 예술적 표현으로 진화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이정표를 만들고 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 현실과 발언 30년을 위한 메모

2010/07/21 16:19 2010/07/21 16:19

삶은 계란, 삶은 예술

critic & column | 2010/07/21 15:57


삶은 계란, 삶은 예술

‘삶은 계란’이라는 말이 있다. 삶이 무엇이냐 하는 물음에 대해 ‘삶은 계란’이라는 말로 웃어넘기는 재치와 여유가 묻어나는 말이다. 정원이 아닌 타원, 껍데기와 알맹이, 노른자와 흰자 등의 구조나 관계를 가진 계란을 삶에 빗대어 ‘삶=계란’이라고 유추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의 핵심은 삶이라는 복잡다단한 상황에 대해 불가지(不可知)의 입장을 밝히는 데 있다. 그만큼 삶이란 어려운 문제다.

‘삶은 예술’이라는 말도 있다. 이 경우에는 삶이 무엇이냐 하는 물음에 대해 ‘삶=예술’이라는 명제는 훨씬 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예술이라는 매우 난해한 개념을 삶에 빗대어 놓고 보니 간극이 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연 삶을 예술에 갖다 대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삶과 예술이, 또는 예술과 삶이 서로 연관을 갖고 있기는 한 것인가? 우리의 삶이 과연 예술을 끌어안을 만큼의 여유와 풍요를 지니고 있는가?

인간의 삶은 사회를 매개로 존립가능하다. 예술은 사회 현상의 하나이다. 사회는 개인이 아닌 복수의 인간이 만들어낸 집단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인간 삶의 집합체인 사회 속에서 존립가능하다. 예술과 사회는 상동성을 갖는다. 사회의 정황과 예술의 면면이 서로 닮았다는 얘기다. 종교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중세 사회와 고딕이라는 예술은 수직상승이라는 동질의 코드를 가지고 있다. 불교사회인 고려의 화려함과 유교사회인 조선의 절제의 미학도 사회와 예술이 구조적으로 동행한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는 예술이 인간의 삶을 그 원천으로 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한다. 요컨대 예술은 삶으로부터 나왔다. 말하자면 ‘예술은 삶’인 것이다. 그런데 이 명제의 앞뒤를 바꿀 수 있을까? ‘삶은 예술’이다? 어려운 문제다. 예술이 삶을 배반해왔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으로부터 나온 예술이, 인간 삶의 총체인 사회와 동행해온 예술이 언제부터인가 삶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독자행보하기 시작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삶을 위한 예술일 수는 없을까? 삶 그 자체가 예술일 수 없을까?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명제도 결코 삶을 도외시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그것은 종교와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나온 명제이지 예술을 삶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속류 예술지상주의자들을 위해서 나온 말이 결코 아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들 듯이, 삶은 예술을 낳고, 예술은 삶을 살찌운다. 창의와 상상, 일탈과 환상, 성찰과 소통이 넘쳐나는 예술적인 삶을 생각한다. 삶 그 자체가 예술인, ‘삶은 예술’을 다시 생각한다.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대전일보, 한밭춘추 기고문

2010/07/21 15:57 2010/07/21 15:57

큐레이터 집단지성, 한국큐레이터협회 월례포럼 201007

artpd clip | 2010/07/19 17:41


큐레이터 집단지성, 한국큐레이터협회 월례포럼 201007

행사명 : 한국큐레이터협회 월례포럼 201007
주최 : 한국큐레이터협회
주제 : “미술관 교류와 큐레이터의 협업”
스페셜 게스트 : 조이스 판(Joyce Fan, 싱가포르)
장소 : 덕수궁미술관 세미나실
일시 : 2010년 7월 24일 토요일 오후3시-

한국큐레이터협회는 정기적인 토론 프로그램으로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월례행사로 <한국큐레이터협회 월례포럼 2010>을 엽니다. 이 행사는 해외 큐레이터들을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해서 다양한 주제의 토론을 벌임으로써 국내외 큐레이터들 사이의 공통 의제를 개발하고 상호 이해증진과 교류 증진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큐레이터들의 집단 지성을 활성화하기 위한 7월의 월례포럼 자리에 싱가포르의 큐레이터 조이스 판을 초청하여 대화의 자리를 갖고자 합니다. 이번 행사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업으로 열리는 기획전 <아시아의 리얼리즘>전을 준비해온 조이스 판을 통해서 국제적인 미술관 교류 과정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는 자리입니다. 특히 그와 함께 일해온 국립현대미술관의 김인혜 큐레이터가 사회를 봄으로써 더욱 밀도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 2010.2.20 동북아시아의 현대미술 네트워크 형성의 전망과 과제,
             차이 짜오이(국립타이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2010.3.27 이가라시 리나(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큐레이터)
* 2010.4.10 리춘펑(독립큐레이터, 홍콩)
* 2010.5.15 한스 D. 크리스트(슈트트가르트 쿤스트페어라인 디렉터)
* 2010.6.12 하정웅(재일교포 콜렉터)
* 2010.7.24 조이스 판(싱가포르현대미술관 큐레이터)

 

July 2010 KorCA Forum for Curators' Collective Intelligence


Event Name: KorCA Forum

Host Organization: Korea Curators' Association

Collaborative Organization: Art-sociological Forum, Topic: 'Art Exchange and Collective Curating'

Special Guest: Joyce Fan, Curator at the Singapore Art Museum

Location: Seminar Room in Deoksugung Art Museum

Date: July 24th (Sat), 2010 @ 3 P.M.


The Korea Curators' Association is a regularly held discussion program and is holding an event, "KorCA Forum 2010", for its members' active participation. This event seeks to promote mutual understanding and international art exchange by discussing various topics with the special guests.


Joyce Fan, curator at the Singapore Art Museum, is joining KorCA Forum in order to enhance intellectual knowledge of the curators. She has worked on 'Realism in Asia', a special exhibition that KorCA Forum has collaborated with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Through this special event, the members of Korea Curators' Association will hear about the process of international art exchange. Her work partner, Kim In-hae, at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will be emceeing the event.


02.22.2010 Chai Chaoi, Curator at the National Palace Museum

03.27.2010 Igarashi Rina, Curator at the Fukuoka Asian Arts Museum

04.10.2010 Lee Chunfung, Freelance curator in Hong Kong

05.15.2010 Hans D. Christ, Director of the Württembergischer Kunstverein Stuttgart

06.12.2010 Ha Jung Woong, Art collector residing in Japan

07.24.2010 Joyce Fan, Curator at the Singapore Art Museum

2010/07/19 17:41 2010/07/19 17:41

재생의 예술

critic & column | 2010/07/14 18:21


재생의 예술

도시는 움직인다. 그것은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와도 같아서 태동과 성장과 낙후를 반복한다. 이러한 도시의 움직임에 따라 붙는 검은 그림자가 있다. 도시 재개발이다. 대부분의 도시 재개발은 파과와 건설 중심이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곤 한다.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인 재개발이 아닌 재생 개념이다. 도시 재생은 오래된 것들을 하나의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 프로젝트이다. 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유기적인 관계설정과 사회적 합의도출이 필요하다.

우선은 관의 행정력이 무차별적인 난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의 차원에서 긴밀하게 각 부처의 역량을 조직화해야 한다. 여기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개입이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접점을 형성하는 일인데, 이 대목에서 절실한 것이 바로 인문학적 접근이다. 도시생태와 자연생태, 재생의 문화, 나아가 역동하는 우리의 삶을 헤아릴 가슴과 머리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민들의 각자 다른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 가면서 프로젝트를 실행할 실천적 동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법이 예술적 접근이다. 예술은 이미 상당히 적극적인 방식으로 삶의 현장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공공미술이나 커뮤니티 아트의 이름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예술은 가치의 생산을 제일 큰 덕목으로 삼는 소통 기제이다. 예술적 소통은 합리성 너머의 감성적 소통을 매개한다. 예술은 갈등과 조화를 모색하는 문화생산의 전초기지이다.

오래된 도심지에는 예술이 넘쳐난다. 그곳에는 전시장과 극장이 있다. 과거와 미래를 매개하는 서사가 넘쳐난다. 부산의 동광동이나 대구의 동성동, 대전의 대흥동 등 대도시들의 원도심들이 예술을 매개로 활성화 하고 있다. 원도심의 예술적 진화는 그만큼 오래된 도심지가 가진 문화적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물론 그것은 건축, 도시계획, 디자인, 생태, 주거, 복지 등 다양한 의제들이 공존하는 통합적인 재생 프로젝트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은 다른 영역들을 두루 꿰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고독한 창조자로서의 예술가 개념은 20세기 모델이다. 이제 예술가는 작업실 바깥의 실재공간에서 전문가와 시민, 예술과 사회를 매개하는 창조적인 행동가로 전환하고 있다. 예술이 공동체와 만나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는 협업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도시를 예술이 꽃피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려는 예술의 에너지를 도시재생에 접목하는 슬기가 필요한 때이다.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대전일보, 한밭춘추 기고문

2010/07/14 18:21 2010/07/14 18:21

미술, 듣는 만큼 보인다

critic & column | 2010/07/07 19:18


미술, 듣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지식이 작품의 감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안다는 것과 본다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예술 작품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삶과 제작 의도 등 작품 바깥의 이야기들을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와 해석의 지평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명제는 위험한 말이기도 하다. 미술을 지식권력의 장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이 명제를 뒤집어보면 ‘모르면 안 보인다’는 얘긴데, 바로 이 점 때문에 미술을 모르는 시민들은 미술관을 찾는 일을 기피하곤 한다.

이러한 난점을 풀어주는 해결사가 있다. 도슨트(Docent)다. 미술관 도슨트는 미술관의 전시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작품해설사로 통용되기도 하는 이 말이 이제는 시민들의 문화소비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우리시청의 한 공무원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을 방문했다가 눈물을 흘리며 전시를 관람했다고 한다. 도슨트의 감동적인 작품해설 때문이었다. 단체관람이든 개인관람이든 시민과 학생들은 전시장을 찾아 도슨트와 함께 전시장 도는 일을 자연스러운 문화향유 코드로 활용하고 있다. 미술, 이제는 ‘듣는 만큼 보인다’.

대전시립미술관의 도슨트들은 문화도시 대전의 자랑이다. 전문가 못지않은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타도시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뛰어나다. 내가 이전에 일했던 부산에서도 대전 도슨트들의 열정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미술 전공자도 있지만 비전공자도 상당수인 이들은 도슨트 경험을 거치면서 미술애호가, 콜렉터가 된 이도 있고, 직접 그림 그리기는 이도 있다. 한 과학전공자 도슨트는 관련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취직을 했다고 한다. 외국인 작가나 관람객과도 통역 없이 소통하는 이들도 많다.

미국 체제 시절에 낯선 도시의 미술관에서 만난 할머니 도슨트가 선사한 신선한 충격을 고맙게 기억하며, 자신도 할머니 도슨트로 활동할 꿈을 꾸는 이도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최근에 평일 오후 3시를 약속의 시간으로 정했다. 그동안 주말 2시와 4시에만 하던 도픈트 프로그램을 평일 오후 3시에도 실행하기로 한 것. 사전 예약 없이도 평일 오후에 미술관을 찾으면 도슨트를 만날 수 있다. 문화도시 대전의 풍부한 문화 코드들이 하나하나 쌓여가고 있다.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대전일보 한밭춘추 기고문 100707

2010/07/07 19:18 2010/07/0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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